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많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해낸 대한민국 최고의 음악명문학교, 예원학교에서 재직하고 계신 이시욱 예원학교 음악 부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다.
Q. 선생님께서는 예원학교의 음악부장으로 재직하고 계시며 교재 집필과 지휘 활동 등 왕성한 활동을 함께 하고 계시는데요 집필하신 교재와 활동 근황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대부분 학교와 관계된 일 들입니다. 3학년 음악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연주회에서 계속 합창을 맡아 지도해왔습니다. 뛰어난 음감을 보유한 학생들 100여 명과 매년 새로운 마스터피스를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버겁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흥분되는 일이지요. 일대일 레슨과 독주에 익숙해져 가는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음악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일은 교육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필도 주로 교재 위주로 해왔습니다. 음악 이론 서적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음악을 전공으로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처음 음악을 배워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다가 많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함께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하게 되어 일반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음악 교과서가 출간 되기도 했지요. 교외 활동으로는 오리지널 팀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빈소년합창단음악원>에서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Q. 예원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음악 명문 학교로 알려져 있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데요, 예원학교의 가장 큰 장점과 특별한 시스템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예원학교는 중학교 과정의 예술영재학교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동년배에 비해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부분을 “영재성”으로 정의한다면, 이 “영재성”을 보유한 학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일이야말로 학교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겠지요. 다시 말해, 개인의 전공 실기 기량을 발전시키는 가운데, 좁아지는 학문적 시야를 확장하고, 함께하는 음악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기회를 만들어, 입시나 콩쿨에서의 성패로 왜곡되기 쉬운 음악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을 바로잡는 일이 예원학교 음악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악보를 보고 음표를 완벽하게 재생하는 것이 학생들의 일반적인 목표라면, 악보 안에 있는 템포, 화성, 형식과 같은 여러 요소가 갖는 의미를 헤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악보 밖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야 합니다. 근육 활동의 수준에 머무르기 쉬운 연주 습성을 이른 시기에 지적ᆞ인격적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함이지요. 또한, 색깔과 개성이 분명한 사춘기 또래 학생들이 다양한 연주 단위를 만들어 음악 안에서 갈등하고 반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동일한 성취감을 만들어내는 앙상블 커리큘럼도 소화해야 합니다. 성악 전공도 아니고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일이 쉬운 나이는 더더욱 아니지만 합창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선율과 화음에 대한 일반적 감각을 키우고 자신의 전공 실기에 적용시키기 위함 입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위 내용은 학제와 교육과정을 막론하고, 음악 전공자들이 모인 교육기관이라면 으레 실시하는 음악이론과 음악사, 합주와 합창 수업의 내용과 유사합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대상의 수준과 관심, 교육적 특성에 맞게 지도하느냐의 여부이겠지요. 질문으로 돌아가서, 예원학교만의 특별한 시스템은 없고요, “10대 초중반 음악 영재의 눈높이에 맞추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교육한다.”, 이것이 예원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Q. 예원학교에서 진행되는 교내 실기시험도 많은 학생들이 궁금증을 가지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A. 재학생은 매년 3월 초에 발표되는 실기시험 과제곡을 준비해서 1년에 두 번, 학기 말에 실기고사를 치릅니다. 일정은 대개 2~3일 정도인데 학생들은 자신이 해당하는 전공 및 조별 집합 시간에 학교에 와서 시험을 보게 되지요. 시험 이후에는 전공별로 실기 우수 인원을 선발하여 상을 수여합니다. 어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겠습니다만 점수에 대한 인식이 상하를 구분 짓는 잣대로 점차 굳어지면서 실기고사 점수를 받고 웃는 학생, 우는 학생이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경쟁 없는 조직이 어디 있겠습니까. 경쟁을 부드럽게 수용할 수 있는 모럴이나 장치가 필요할 따름이겠지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등위는 발표하지 않고 점수 분포만 공개하거나, 연주할 때 드러나는 장단점을 편집한 실기 평가표를 개인적으로 지급하여 단순 비교를 피하게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고요, 의도에 걸맞은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Q. 유튜브나 많은 SNS 매체들을 통해 다양한 클래식 음악 활동들이 대중에게 나오고 있는 만큼 연주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자본의 흐름과 밀접하게 엮여있지 않은 클래식 음악 분야는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동시대적 공연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미루어 왔습니다. 저 또한 현장성과 대면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기성 문화 속에서 음악을 배우고 가르쳐왔고 새로운 연주 형태나 활동을 등한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는 큰 분기점으로 다가옵니다. 이전까지 언택트와 온라인 문화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어 왔던 타 분야와 달리, 그런 흐름을 경원시했던 공연 예술계는 질병 전염 상황에 취약한 구조와 현실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요. 절대 인구 감소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저변 확대와 청중 확보를 위한 문제의식과 적극적 노력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클래식 음악계 전체가 공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대와 객석이 등을 돌리기 전에 더욱 발 빠르게, 또 전방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아서는 새로운 기기나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호기심과 활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독립된 음악가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갈지 고민하는 일과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 교과와 실기를 잘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많이 이야기합니다. 장르 파괴, 매체를 활용한 참신한 연주 형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획과 시도 등 변화를 모색하고, 또 흐름에 유연히 대처하는 인식의 확산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가 새롭게 도약하기를 희망합니다.
Q. 청중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연주는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쉽다란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연주가 아니고 더 많은 연주 경험을 가진다면, 아이들의 기량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로 성장해가는 음악 학도를 위한 초청 연주회나 다른 형태의 연주를 구상하시는 게 있는지요?
A. 재학 중인 학생들의 연령이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과 환경에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 방과 후에 별도의 일정을 잡아 교외 활동을 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학교 내부 연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기에 한 번씩 실시하는 향상음악회와 실기시험 외에도 정기연주회와 실내악 연주회를 개최해 왔고, 거기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 롭게 연주할 수 있는 교내 야외 공연을 기획 중입니다. 그렇다고 학교 밖에서 하는 연주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연말에 하는 실내악 연주회는 오디션에 참가했던 학생들에게 교외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요, 학생 입장에서는 준비한 음악을 대외적으로 선보이면서 레퍼투어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연주를 감상하는 일반인들에게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병원이나 자선 단체에 대한 연주 봉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활동과 무대가 제약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제 막 연주자로서 무대로 올라가는 학생에게는 더욱 큰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텐데요, 어떠한 부분이 가장 염려되는지 궁금합니다.
A. 작년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정기연주회와 실내악 연주회, 기타 대외 연주까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연주는커녕,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 때문에 학년 교차 등교, 온라인으로 수업 형태 전환 등의 제한된 학사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학생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함께하는 음악의 즐거움을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돕는 일이야말로 학교만의 중요한 기능일 텐데, 모여서 연습하거나 연주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되다 보니 교육 현장으로서의 학교가 제역할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셈이지요. 그래서 올해는 규모의 축소, 무관중 공연 등 작년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함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감염 상황이 호전되어 모든 음악인들이 부담 없이 공연을 개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Q. 이제 2021년을 맞아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할 텐데요 예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A. 어려서 부터 예술을 한다는 것, 또 재능이 있다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감당해야 할 짐입니다. 막연히 입학을 동경했고 합격 이후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신입생들은 입학 후에 성정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합 안에서 즐거워하면서도, 자기보다 똑똑하고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경쟁이 주는 긴장감과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리고 예민한 정서가 다치기 쉽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예원은 곳곳에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입니다. 많은 졸업생들의 고백에 의하면, 예원은 부족함을 알게 해주고, 평생의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해주며, 우열을 넘어 ‘다름’을 볼 수 있는 시야를 얻게 해주는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과정은 힘들지만 원하는 꿈을 구체화시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아름다움과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입니다. 그래서 당락에 상관없이 문을 두드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